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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벨만스> 리뷰경험/영화 2024. 10. 2. 12:24
최근 넷플릭스에 추가된 영화를 찾아보다 이 영화를 발견했다. 평도 좋고 볼만한가 생각하다가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것을 보고는 바로 재생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몰랐는데 영화를 보는 도중에 알아챘다. 이 영화가 스티븐 스필버그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줄거리 / 평가]
영화는 한 소년이 영화계에 몸을 담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어렸을 적 처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것을 시작으로 이후 그의 삶에 있었던 일들과 그것이 영화를 만드는 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준다. 한 개인의 삶이 언제나 그렇듯, 서사는 다소 평범하다. 그러나 다루고 있는 감정과 상황들이 발가벗겨진 것 마냥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이것이 만약 픽션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영화가 마음속에 깊게 들어오진 않았을 텐데 이것이 감독의 자전적 영화라고 하니 울림이 좀 남달랐던 것 같다.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남자아이 샘 파벨만(가브리엘 라벨)은 예술인 어머니와 엔지니어 아버지를 두고 있다. 그는 부모님 손에 이끌려 생애 처음 극장에 가게 되는데 그때 본 영화의 기차 충돌 장면이 머릿속에 남게 된다. 한동안 그 장면에 꽂혀 장난감 기차를 사들이고 계속 충돌시키며 집착하는데, 이를 이상하게 보지 않고 그의 충동을 건강한 방식으로 해소하도록 그의 엄마 미치(미셸 윌리엄스)는 샘에게 카메라를 선물한다. 이후 샘은 기차의 충돌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돌려보는 것을 시작으로, 가족들과의 일상을 찍으며 영상 촬영의 재미에 빠지게 된다.
파벨만스는 샘 파벨만이라는 소년의 영화를 대하는 태도나 가치관이 만들어지는 여러 사건을 보여준다. 성향이 너무 달랐던 부모님과 항상 그의 영화에 출연해 주었던 세 명의 여동생들, 예술인이 되어 집안의 천덕꾸러기가 된 보리스 할아버지, 엄마의 내연남이었지만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줬던 베니 삼촌, 전학 간 고등학교에서 만난 일진 무리와 첫 여자친구, 마지막으로 그가 너무나도 존경했던 존 포드 감독까지. 사건 하나하나가 그를 고통스럽게 만들지만, 여러 갈등들 속에서도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며 그 영화가 자신을 어디로 이끄는지 오롯이 경험해 낸다.
거장의 숨겨진 이야기
파벨만스의 진가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 감독 자신이며 그 감독이 너무 거장이라는 사실에서 나온다. 나에게 스티븐 스필버그는 내 상상력과 순수함을 채워주는 존재였다. 그가 만든 쥬라기 공원, 맨 인 블랙, 트랜스 포머 같은 영화들은 항상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나이가 들어도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을 때 찾아보는 휴식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이런 순수하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분명 유복한 환경에서 걱정 없이 자랐을 것'이라는 이상한 선입견도 있었다. (감독님 얼굴이 너무 인자한 산타 할아버지 상인 것도 한몫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를 너무나도 사랑해 준 가족들이 있었지만 그 사랑이 오히려 그에게 혼란과 상처를 주기도 했다. 영화사에 취직이 되어 일을 하기 전까지는 많은 예술인들이 그러하듯 진로에 대한 극심한 불안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 순수함을 지킬 수 있었던 건 그의 타고난 감수성 덕분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상치 못한 사건들과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과 자신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누구나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자전적 영화를 만들어냈으니 보는 사람은 그 엄청난 솔직함에 당혹스럽기도, 슬프기까지도 하다.
알아보니, 감독은 부모님이 상처받을 것을 염려하여 두 분이 모두 돌아가신 다음 여동생과 함께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유년시절의 상처를 분노가 아닌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것 그 자체가 놀랍도록 경이롭고, 이런 순수한 소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찍었던 그의 작품들이 너무나 많은 것에 감사함까지 느껴졌다. 당분간 이 영화가 내게 긴 여운을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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