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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포트라이트> 리뷰경험/영화 2024. 10. 31. 13:39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예전에 이미 봤던 영화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베이비 레인디어>를 보다가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 아버지가 '나도 가톨릭 교회에서 자랐다'라고 고백하는 장면을 보고 이 영화를 다시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줄거리 / 소감]
영화는 보스턴 지역의 가톨릭 아동 성범죄 실태를 보도한 보스턴 글로브지 '스포트라이트' 팀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부정, 비리 기사를 취재하는 4인팀 스포트라이트팀은 새로 부임한 국장에 의해 게오건 신부의 아동 성범죄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파면 팔수록 초반에 알고 있던 '신부 개인의 일탈' 수준을 넘어 가톨릭 전체 시스템에 뿌리 깊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 보스턴이었나?
먼저, 영화를 보다보면 보스턴 주민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인 것을 알 수 있다. 이 기사가 보스턴에서 처음 터지게 된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니라는 뜻이다. 보스턴은 과거 아일랜드 대기근 시기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대규모로 뿌리내린 지역이다. 당시 영국계 미국인들로부터 받은 멸시와 차별 속에서 그들을 결속시킨 것은 아일랜드의 국교나 다름없던 가톨릭이었고, 그 지역 사회가 2000년대까지 계속 이어져 내려왔다. 실제로 스포트라이트 팀은 취재를 하는 동안, 내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주변 지인들로부터 '그만해라', '이것은 지역을 위한 일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는다.
가톨릭의 아동 성범죄 문제
스포트라이트 팀이 취재를 하며 만난 전직 사제이자 심리 연구가인 리처드 사이프는, '이런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 성범죄 사건은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며 이것은 소수의 일탈이 아닌 하나의 정신 병리 현상으로 여겨도 될 문제'라고 말한다. '원래도 성직자의 50%만이 순결을 지키는 실상이고 가톨릭은 이를 오랫동안 묵인하고 은폐하다 보니 아동 성범죄에 대해서도 묵인하고 있다'며, '연구에 따르면 전체 신부의 6%가 아동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이걸 계기로 팀은 지금까지 보스턴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신부가 13명 정도가 아닌 90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기자들은 피해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신부들이 같은 유형의 아동을 노렸다는 사실 역시 알게 된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의지할 곳 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였고 남자아이들을 노린 이유는 그들이 수치스럽다고 생각해 사실을 숨기기 때문이었다. 이는 신부라는 직위를 이용해 아이들의 믿음을 짓밟고 그들의 영혼을 학대한 것이며, 이는 다른 말로 표현할 것도 없이 그저 계획적이고 조직적이고 악질적인 성범죄였던 것이다.
영화는 이 외에도 카톨릭이 법 위에서 군림한 정황들과 실제 범죄를 저지른 신부가 괴상한 결백을 고하는 장면,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이 또 다른 소수자를 차별하는 장면들을 통해 끊임없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서는 스포트라이트팀의 보도 이후 그해 보스턴에서 269명의 신부가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한 피해자는 1,000명에 이른다는 것, 그리고 이 일을 묻은 로 추기경이 사임 후 또 다른 대형 교구단으로 재발령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불행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을 암시한다. 스포트라이트 팀은 해당 기사를 통해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고 2003년 퓰리처 상을 받는 등 쾌거를 이루지만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는 비슷한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종교의 양면성
영화를 다 보고난 후에는 영화 <밀양>이 떠올랐다. 종교가 갖는 공동체적 특성은 외로운 사람들에게 소속감과 위안을 주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결속력은 곧 폐쇄성으로 이어진다. 자신들의 뜻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철저히 배척하며, 눈과 귀를 막고 맹목적인 믿음을 갖도록 강요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동체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종교'라는 이름으로 모여진 사람들은 그것을 진심으로 신성한 행위라고 여기게 된다. 그런 지역 사회에서 종교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누구에게도 위로받을 수 없으며 억지 '용서'까지 해야 한다.스포트라이트에서도 팀장인 로비가 5년 전 이미 피해자 측으로부터 받은 범죄 관련 제보를 무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물론 바빠서 놓친 것일 뿐 당시 이런 실상을 의도적으로 묻으려는 행동은 아니었던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보스턴에서 나고 자란 그는 무의식적으로 해당 내용을 중요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가톨릭은 옳은 일을 많이 했고, 내 주변은 가톨릭과 함께 살고 있으니 이런 사소한 일은 굳이 파해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거나 다른 비리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과연 이 세상에 맹목적으로 믿을 수 있는 순결 그 자체가 존재하는지, 맹목적인 믿음이야말로 종교인으로서 가져야 하는 필수 조건인지 등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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