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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쇼생크탈출> 리뷰경험/영화 2024. 9. 30. 12:01
재밌게 본 영화 중 하나인 쇼생크 탈출을 또 봤다.
영화가 꽤나 길었던 걸로 기억을 해서 러닝타임을 봤더니 142분.. ott에 절여진 내가 이 2시간이 넘는 시간을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지만 다행히(?)도 끝까지 흐름 놓지 않고 잘 봤다. 영화가 워낙 재밌어서 괜한 걱정이었다 싶다.
[줄거리 / 소감]
쇼생크 탈출은 바람난 와이프와 내연남을 살해한 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과 그의 가장 친한 동료 레드(모건 프리먼)를 중심으로 쇼생크 감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통해 영화는 보는 사람에게 계속해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쇼생크 감옥의 절대악은 교도소장 노튼(밥 건튼)이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동시에 폭력과 위법 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부패한 인물이다. 그의 말은 곧 법이 되고 모든 교도관과 죄수는 그의 말에 따라 움직인다. 올바른 신념과 기준 없이 그저 자신의 이익에 맞는 쪽으로 움직이는 사이코패스 같은 인물이라서 죄수가 반 불구가 되거나 심지어 죽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영화의 배경이 1950~1970년대인 만큼 아무리 미국이라 할지라도 교도소 내의 인권 문제가 대두되지 않았던 시기여서 더욱 이런 인물이 탄생한 것 같다.
종신형을 선고받은 죄수들
영화의 주요 인물은 대부분 종신형을 선고받은 자들이다. 레드는 20년 복역 후부터 10년마다 가석방 심사를 받는데, 매번 거절당하는 걸로 봐서는 가석방도 쉽지 않다. 그래서 그들에게 감옥이란 잠시 수감되어 있는 곳 정도의 의미가 아니라 그 사람의 삶 자체라고 봐야 한다. 비유를 하자면 독재자가 통치하는 한 '나라'에서 평생 살아야 하는 국민 같은 거랄까.
그래서 이곳의 죄수들은 억압에 굴복하고 순응한 채 살아간다. 희망과 자유란 없는 것이므로 감옥 안에서 나름대로의 존엄을 찾으며 산다. 레드는 무엇이든 구해다 주는 보부상으로, 도서관을 관리하는 브룩스는 나름 좀 배운 늙은 어른으로서 그들만의 사는 의미를 찾는다. 하지만 그것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탓일까. 그들에게 자유가 주어졌을 때 그들은 존엄을 잃는다. 가석방되어 나온 사회는 예전에 내가 알던 곳이 아니며, 너무 많이 늙어버린 나는 외롭고 무능하다. 나 하나쯤 사라져도 사회가 돌아가는 데 아무런 일도 없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을 느끼며 그들은 빠르게 존엄을 잃어버린다. 종신형이란 게 평생 감옥에서 자유없이 사는 삶을 벌로 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다 늙은 몸으로 빠르게 변화해 버린 사회로 나왔을 때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까지가 진정한 벌인가 보다.
이것을 거부하는 앤디 듀프레인
앤디 듀프레인은 사실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 '변호사에게 속아'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진짜 억울한 사람이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 상황에 희망을 잃고 자살을 하던지, 돌아버리던지, 아님 이렇게 된 거 현실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살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완전히 다른 선택을 한다. 감히 교도관에게 말을 걸고, 동료 죄수들이 마실 맥주를 요구하고, 교도소장의 탈세를 돕고, 나라에 도서관 예산을 달라는 편지를 쓴다. 이것 역시 그 나름대로의 존엄을 찾는 '순응'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 말미에 가면 이 모든 것들은 진정한 자유를 찾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볼 때 그가 과감해지는 두 번의 계기가 있다. 첫 번째는 브룩스의 죽음을 알았을 때다. 교도소에서 50년의 세월을 살고 가석방된 그가 결국 자살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앤디는 제공받은 엘피와 턴테이블로 감옥 전체에 음악을 튼다. 그 덕분에 심하게 얻어맞고 한 달간 독방에 갇히지만 그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두 번째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 줄 토미(길 벨로우즈)가 죽었을 때다. 그때 그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아마도 20년의 시간 동안 앤디는 '이것을 어떻게 할지', '할지 말지'에 대해 계속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이곳에 희망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그는 마침내 과감한 결단을 내리게 된다.
억압과 자유에 대한 선택
이런 상황은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이런 주제는 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홀로코스트에 독일인으로서 유대인 학살에 동참할 것인지 저항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 일제강점기에 친일파가 될 것인지 독립투사가 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우리는 영화나 책을 통해 많이 접해왔다. 물론 쇼생크 탈출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다루고 있어 그 무게가 매우 다르긴 하지만, 억압받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자유'의 가치를 쫓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라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억압에 순응하는 것을 함부로 욕할 순 없다.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일상 속에서 다수의 의견 사이에 혼자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것도 어려운데, 하물며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억압에 저항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거는 일이다. 하지만 항상 그런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기에 사회는 변해왔다. 어쩌면 자유를 쫓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어려운 일이라서, 시간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행위가 되는 게 아닐까? 누구나 자기만의 존엄을 갖고 살아가지만 자유를 통한 해방이야말로 자신의 존엄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삶이란 그래서 위대하게 느껴진다.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나에게는 자유와 존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였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레드의 대사를 적어본다.
'새장 안에 갇혀 살 수 없는 새들이 있다. 그렇기엔 그들의 깃털이 너무나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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