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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와 기무라 타쿠야 (그랑 메종 도쿄, 굿럭)경험/발견 2024. 10. 24. 12:27
흑백요리사의 대히트 이후 넷플릭스에서 계속 상위노출 되는 요리 콘텐츠가 있었다. 일본 드라마 <그랑 메종 도쿄>다. 나는 일본 만화는 좋아하지만 일본 드라마는 좋아하지 않아서 계속 무시하고 넘겼는데 어느 날 그냥 생각 없이 틀었다가 정주행을 다 해버렸다. 이 드라마를 시작으로 최근 본 일드와 그 일드를 통해 새롭게 발견한 것을 몇 자 적어보려 한다.
그랑 메종 도쿄그랑 메종 도쿄
그랑 메종 도쿄는 일본 프랜치 다이닝 셰프들의 이야기로, 미슐랭 3성을 따기 위한 여러 에피소드를 그린 드라마다. 주인공 오바나 나츠키(기무라 타쿠야)는 프랑스의 에스코피유라는 미슐랭 2성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였는데, 일본과 프랑스 국빈을 대접하는 자리에서 땅콩 알레르기 사고를 발생시켜 업계에서 퇴출당한다. 이후 우연히 미슐랭 3성무새(?) 린코(스즈키 쿄카)를 만나게 되고 둘의 니즈를 합쳐 일본에 새로운 레스토랑을 차리기로 한다. 드라마의 등장인물은 거의 대부분이 에스코피유 사고와 연관된 오바나의 동료 혹은 관계들이며, 오바나 스스로가 만든 갈등과 견제를 린코와 함께 극복해 나가는 일종의 성장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좋았던 건 파인 다이닝을 다룬 요리 드라마답게 음식하는 과정이 상당히 잘 연출된 부분이었다. 적어도 요리 장면에서는 오롯이 음식에만 초점을 맞춰서 그냥 생활의 달인이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빠져들어서 보게 되었다. 또한 하나의 레스토랑이 문을 열기 위해 메뉴 개발을 하는 과정, 그리고 업계에서 미식가나 미식 평론지가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등은 기존에 한국 요리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소재로 매우 신선했다. 일본에는 미슐랭 3성 레스토랑이 우리나라에 비해 꽤 많고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들었는데 이런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그것을 반증하는 것 중에 하나라고 느껴졌다.
기무라 타쿠야좌 : 그랑 메종 도쿄 속 기무라 타쿠야 / 우 : 20년 전 굿 럭 속 기무라 타쿠야
기무라 타쿠야는 얼굴만 알고 있는 일본 연예인이었고 나는 그가 가수인지 배우인지도 잘 몰랐다. 그러다 그랑 메종 도쿄를 통해 처음 그의 연기를 보게 된 셈인데 생각보다 연기를 잘해서 깜짝 놀랐다. 다른 배우들은 전부 연기자 같았는데 기무라 타쿠야만 실제 그런 사람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바나라는 캐릭터 특성상 과도하게 까칠한, 그리고 매우 유치할 수 있는 대사도 몇 있었지만 그것조차도 자기 것으로 잘 소화해서 우와 싶었다. 찾아보니 아이돌로 데뷔했음에도 연기력을 인정받아 배우 활동도 활발히 했다고 하더라.
그리고 기무라 타쿠야 하면 빠질 수 없는 잘생김도 주요 볼거리 중 하나였다. 볼수록 원빈과 닮아서 깜짝 놀랐다. 이제는 나이가 있어서 중년의 아저씨 역할을 하긴 했지만 뭔가 미중년이라고 하기보단.. 소년미가 남아있는 것 같았다. 드라마를 다본 다음, 이 사람이 젊었을 때는 얼마나 잘생긴 역할을 했을까 싶어서 다른 드라마를 찾아보다가 '굿 럭!!'이라는 드라마도 보게 됐다. 2003년작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드라마인데 진짜 장난 아니게 잘생겼더라.. ㅋ 적어도 나에게는 새로운 발견이랄까..
이렇게 두 개의 작품과 비교적 최근작인 '교장'이라는 드라마까지 보면서 일드의 특징을 몇 가지 발견했다.
만화 같다.
만화 속에 나올법한 말과 행동을 실제 사람이 하니까 너무 오글거린다. 우리나라에선 무미건조하게 '네'라고 대답하는 반면 일본은 '하잇!'이라고 하는 차이점 부터가 어떤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있는 것 같다.. ㅎㅎ 그런 면에서 기무라 타쿠야의 연기는 사람 같아서 좋았다. 일본인은 좀 까칠하고 과묵해야 우리나라의 감정선에 맞는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개연성 없는 급발진
드라마가 한 시즌에 8부작 정도로 짧게 제작되어서 그런 건진 몰라도 인물들이 자꾸만 급발진을 한다. 갑자기 화내고, 갑자기 사랑을 고백하고, 갑자기 의리가 생기며 친구가 된다. 처음에는 약간 뭐지? 싶었는데 이게 일드의 특징이라고 생각이 드니까 이후에는 피식피식 헛웃음이 다 나올 정도였다. 이 부분은 약간 그러려니 하면 의도치 않은 일종의 개그 코드로 작용하기도 한다.
근데 전체를 보면 또 괜찮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다 별로인 것 같은데 작품 하나를 다 보고 나면 서사가 꽤 완벽하다. 쓸데없이 열린 결말도 없고, 뿌려놓은 떡밥들도 단순 명료하게 다 회수하고 끝이 난다. 그러고 나면 다른 건 없나? 생각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일드에 빠지게 되나 보다.
내가 이렇게 느낀 건 전부 일본 TV 드라마의 특징일 수 있다. (내가 본 세 개의 작품 모두 TBS 방송국의 드라마였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지금 넷플릭스 시리즈와 공영방송 드라마의 퀄리티 차이가 많이 벌어진 것처럼 일본의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면 또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일드' 하면 일본 TV 드라마를 칭하는 건 맞으니까 그게 내 취향에 맞는지 안맞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새로운 경험이었다. 내가 그랑 메종 도쿄와 굿럭을 재밌게 본 이유는 일드가 내 취향이라서가 아니라 다분히 기무라 타쿠야가 잘생겨서였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ㅎㅎㅎㅎ728x90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