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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내성카테고리 없음 2024. 9. 11. 18:45
#내성
집에 가끔 벌레가 나온다. 집이 구옥이고 바로 앞 주택에 큰 나무가 있어서 그런지 무당벌레 비슷하게 둥글게 생긴 벌레가 가끔 나온다. 겨울철엔 거의 없다가 여름에만 나온다. 원래는 벌레를 보면 몸이 굳을 정도로 너무 무서워하는데 요즘은 그냥 에프킬러를 뿌리거나 각티슈로 때려잡는다. 이렇게 난 여름마다 벌레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 근데 그러다가도 다시 겨울이 되면 작은 날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쫄보로 돌아온다. 참 신기하다 자주 마주하게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공포심이 적어지는 게.
어렸을 때는 내성이라는 말이 좀 무섭게 느껴졌다. 약에 대한 내성으로 처음 그 단어를 알게됐던 터라 그렇다. 하지만 지금은 왜인지 '제발 OO에 대한 내성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주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이별, 실패같은 것들에 그렇다. 어쩌면 사는 것은 죽을때까지 온갖 것들에 대한 내성을 쌓는 것이 아닐까? 어른들이 웬만한 것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이 그런 이유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까 잡은 저 콩벌레같은 것을 이제 그만 치워야겠다. 벌레를 보는 것에 대한 내성은 생겼는데.. 잡은 걸 치우는 것에 대한 내성은 아직 안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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